가끔은 영화도 보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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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던 이 영화를 이제야 보았습니다. 사실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좋아할 만한, 소수 관객을 위한 영화인 것 같은데 의외로 세계적으로 큰 반응을 끌어냈지요. (35억원을 들여서 19일만에 찍었는데 35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하더라구요) 한국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관람했고, 결국 160만명이라는 제법 많은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아, 위플래쉬라는 것은 영화 중에 나오는 재즈곡목인데요, '채찍질'이라는 뜻입니다.) 


   왜 사람들이 이런 낯선 재즈영화에 크게 반응했을까요? ('비긴 어게인'이나 '원스'처럼 달달한 노래나 러브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동시에, 왜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불편해했을까요? 왜 사람들은 이 영화를 '광기의 영화'라고 평했을까요? 궁금증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홀로 드럼을 연습하고 있는 주인공 앤드류의 모습이 zoom in 됩니다. (참, 이 영화의 모든 드럼 연주를 마일즈 텔러가 대역 없이 해냈다고 하더군요. 어이구야.. 전직이 드러머 아닌가 모르겠어요.) 앤드류는 최고가 되기를 꿈꾸며 음악 명문인 세이퍼 학교에 들어온 1학년이지요. 엄마가 이혼하고 떠난 후 사람 좋고 평범한 아빠와 영화를 보며 지내고,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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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학교에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뛰어난 실력으로 유명한 플레쳐 교수가 있습니다. (빡빡 깎은 머리에 검은 티셔츠가 정말 잘 어울리더군요. 저도 아예 같은 헤어스타일로 해볼까 살짝 고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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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문제는 이 교수의 방식이 너무 혹독하다는 것입니다. 인격 모독은 예사고 구타까지 하며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가차없이 내쫓는 사람입니다. 새디즘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말이지요. 당연히 앤드류도 혹독하게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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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그의 밴드에 들어가 자리를 잡으면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졸업 후에도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밴드 멤버가 되기를 열망하면서 그 모든 수모를 감내하지요. 앤드류도 플레쳐 교수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정말 연습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습니다. 사귀던 여자에게 '나는 최고가 되고 싶고, 앞으로 연습에 집중해야 하니까' 라는 이유로 헤어지기까지 하면서 말이지요. 드럼에 피가 튈 정도로 연습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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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정작 중요한 연주 당일, 연주회장으로 부랴부랴 가던 앤드류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그런데 피투성이가 되고서도 놀라운 집념으로 기다시피 해서 연주회장에 나타나지요. 사람들은 깜짝 놀라구요. 여기서 멋지게 드럼을 쳐서 우승하면 헐리우드판 드림 스토리가 다시 한번 결실을 맺는 셈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지요. (만일 그렇게 결론이 났다면 정말 어이 없었을 꺼예요) 아무래도 사고 후유증으로 연주 중 자꾸 실수를 하자 플레쳐 교수는 앤드류에게 내려오라고 하고, 그 동안에 쌓였던 감정이 폭발한 앤드류는 플레쳐에게 덤벼듭니다. 결과는? 앤드류는 퇴학을 당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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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플레쳐도 얼마 후 학교에서 쫓겨납니다. 6년 전에 그의 밴드를 졸업하고 연주자로 성공했던 학생 하나가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린 끝에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거든요. 결국 플레쳐의 학대에 가까운 교수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앤드류의 증언에 힘입어 플레쳐교수도 쫓겨나게 된 것입니다. (이쯤 되면 너죽고 나죽자 판이 된 것이지요.)


   그런데, 얼마 후 앤드류는 플레쳐교수를 우연히 클럽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곳에서 플레쳐는 앤드류에게 자기가 하는 밴드에 들어오라고 제안하고, 앤드류는 그 일원으로 연주회에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는 그만두지요. 전율과 반전의 라스트 10분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궁금하시죠?^^)


   이 영화의 주제는 세이퍼 음악학교를 떠나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두사람의 대화 중에 드러납니다. 플레쳐 교수는 자신의 교수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당당히 교육 철학을 밝힙니다. 그의 요점은 마구 몰아붙여야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걸 몰라주는 것이 아쉽다고 이야기하지요. 요즈음엔 말랑말랑한 것이 대세이기 때문에 재즈가 엉망이 되었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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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서 그는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으며 해로운 말은 "Good Job"이라고 합니다. (한국어로는 '그만하면 잘했어'라고 번역했더군요.)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더이상 혹독한 연습을 통해 한계를 넘으려고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그냥 만족해버리기 때문이지요.


   여기서 딱 떠오른 드라마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그 드라마를 떠올리셨을 지도 모르겠네요.^^) 몇년 전, 김명민 신드롬을 일으킨 '베토벤 바이러스'이지요. 플레쳐 교수는 김명민이 연기했던 지휘자 '강마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강마에도 실력이 부족한 첼리스트에게 '똥덩어리'라고 모욕을 주는 등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혹독하게 몰아붙여서 결국 그들이 이를 악물고 연습해서 일취월장하게 만들었지요. (물론 강마에는 사실 속으로는 정이 많은 사람으로 그려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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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사람들을 몰아붙여서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것과 반대되는 리더쉽도 있지 않을가요? 저는 대한민국에 칭찬 열풍을 몰고 왔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가 떠오르더군요. 위플래시의 대사를 빈다면, "Good Job"이라고 계속 칭찬해서 자신감을 가지게 하고, 그들 안에 있는 잠재력을 끌어낸다는 것입니다. 흠.. 어떤 이론이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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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런 논쟁에서 한쪽으로 결론이 날 리는 없겠지요? 상황에 따라, 정도에 따라 판단하고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너무 몰아붙이면 아예 포기하는 사람도 나타날 것이고, 반대로 적절하게 훈련하지 않으면 교만해지거나 안주하는 모습이 나타날테니까요. 그런데, 좀더 생각해보면 훈련받는 사람에 따라 방법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플레쳐나 강마에 같은 사람은 주로 성취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관계 중심이 아니라 일 중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한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이런 사람들은 설사 자신이 좀 혹독하게 다루어지더라도 뭔가를 이루어낸다면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과정은 힘들고 희생해야 할 것들도 많지만 (앤드류의 경우 사랑, 우정 같은 것들이었지요) 그래도 꿈,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반면에 저와 같은 사람은 과정 중심이고 관계 중심입니다. 큰 일을 이루어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지금을 누리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에 더 큰 관심을 두지요. 느리더라도 함께 가고 싶고, 즐기며 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교회 이름도 '함께 걷는 교회' 아닙니까?^^) 물론 이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사실 전자와 같은 사람들 덕분에 예술이나 과학등의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것도 인정하구요.


   하지만, 저는 아무래도 플레쳐의 그런 교수법을 통해 결국 한계를 넘는데 성공하고 희열을 느끼는 앤드류 (앗! 스포일러!^^;;) 와 그 모습을 보며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짓는 플레쳐보다는, 플레쳐의 그런 교수법 때문에 결국 자살한 학생이 더 눈에 밟힙니다. 그리고, 성취를 이룬 앤드류는 과연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어쩌면 그 후 앤드류도 자살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예술이나 과학의 성취가 한 사람의 생명이나 행복보다 크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천상 '함께 걸어야 하는' 사람인가봐요. 


  참, 예수님은 어떤 유형이셨을까요? 십자가의 대속이라는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 전진하셨던 모습을 보면 전자로 볼 수 있는데, 동시에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후자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역시 예수님은 완벽한 균형을 이루신 분이시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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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 profile
    장현기 2016.01.25 08:59
    오 밸런스!!
  • ?
    박양중 2016.01.25 11:22
    저도 이 영화를 불편하게 봤던 관객중 한사람인데요,어느쪽이 맞는지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달라지겠만, 결국 남느건 남편이 주장하는 균형감각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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