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영화도 보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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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과 만나서 성경공부를 하는데요, 지난주에 책 한권이 끝나서 기념으로 영화를 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뭘 볼까 하고 이런 저런 의견을 나누는데 자매 한 명이 바로 이 영화를 강력하게 밀더군요. 자신은 여러번 봤지만 너무 좋았다며, 또 볼 수 있다며 밀어붙이지 뭡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너무 미국 영화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느려 보이거든요. 예전에 몇 개 보았던 유명한 프랑스 영화들, 예를 들어 퐁네프의 연인들, 세 가지 색 블루(어휴, 오래되기도 했네요) 등도 별로였지요. 그 뒤로 프랑스 영화를 안 봐요. 그런데 프랑스 영화를 보자니!! 은근히 다른 방향으로 유도했지만, 결국 보게 되었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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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영화는 느려 터졌습니다. 로맨틱 코메디라는데 별로 웃기지도 않고, 극적이지도 않고, 달달하지도 않았지요. 그런데, 그래도 웃기고, 극적이고, 달달하더라구요. 아.. 무슨 이야기인지 아시겠나요? 요란하지 않게 웃기고, 좀 뜬금없이 극적이고, 은근히 달달했던 것입니다. 


   주인공 나탈리는 잘생기고 낭만적이고 성격도 좋은 훈남을 만나 결혼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예쁘고, 성격도 좋은 여자입니다. 게다가 직장에서도 인정받는 능력자이지요. 양가 부모님도 유쾌하고 따뜻한 분들입니다. 정말 행복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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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어느날 그녀의 삶을 송두리채 빼앗아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지요. 이제 그녀는 웃음을 잃어버린 채 일에만 몰두하게 됩니다. 이전부터 관심을 보여왔던 사장의 대시도, 일벌레라고 수근대는 동료들의 뒷담화도 신경쓰지 않지요. 그녀 마음에는 이제 아무도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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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당연히 이렇게 끝날리가 없지요? 그래도 명색이 로맨틱 코미디잖아요.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과연 새로운 사람은 어디서 어떻게 나타나 그녀의 닫힌 마음 속으로 들어가게 될까요? 아주 달달한 스토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요?

   그리고, 드디어 그 사람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정말 엉뚱하게 나타나요. 아니, 나타난 것이 아니라 그녀가 낚아버린 것이지요. 업무를 보고하러 들어온 마르퀴스라는 남자에게 다짜고짜 키스를 퍼붓거든요! (그래서 영화 제목이 '시작은 키스'였던 것이지요.) 전부터 그에게 마음이 있었냐구요? 전혀 아닙니다! 아니, 키스한 이유도 없어요. 심지어는 나탈리 본인도 그 사건을 기억을 못하지 뭡니까. 정말 뜬금없는 사고였어요! 이 황당해하는 마르퀴스의 표정을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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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전혀 큰 의미가 없는 해프닝이었지만, 업무보고를 하러 왔다가 졸지에 키스세례를 받게 된 이 남자 마르퀴스의 인생에는 그것은 일생일대의 대사건이었습니다! 이제 그의 중심에는 나탈리가 자리잡게 됩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나탈리의 마음에 들어가기 시작하지요.


   그런데, 이 남자는 나탈리의 전남편이었던 프랑수아와는 비교할 수 없이 떨어지는 존재였습니다. 머리도 벗겨지고, 배도 나오고, 세련되지도 않고, 덩치값도 못하고, 회사에서도 존재감이 없는, 아마도 연애도 한번도 못해봤을 만한 사람이었지요. 옆 방에서 근무한 자들도 마르퀴스가 누구인지 몰랐을 정도니까요. 나중에 마르퀴스라는 사람이 나탈리와 사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가 누군지 보고 싶어하던 회사의 사장도, 나탈리의 절친이던 소피도 정작 나타난 마르퀴스를 보고는 그냥 결재받으러 온 부하직원이나, 시끄럽다고 아래층에서 올라온 이웃으로 온 사람으로 착각합니다. 마르퀴스는 그들의 예상과는 너무도 달랐으니까요. 전남편 프랑수아와 비교해 보세요. 확 차이가 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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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마르퀴스는 어떻게 나탈리의 마음을 열게 했을까요? 그는 아주 섬세하게 나탈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성급하게 다가가지 않고 충분히 기다려줍니다.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게 하면서 그녀를 편안하게 해 줍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부담스러워할까봐 조심합니다. (심지어는 사랑에 빠질것 같다며 자신이 부끄러워서 도망가기도 합니다.ㅋㅋ) 연극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녀가 연극을 좋아하니까 같이 관람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원제가 'la delicatesse'(섬세함) 입니다.


   무엇보다 그는 그녀의 말에 경청합니다. 그녀와의 첫 식사 때 그녀가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선물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작은 캔디에 불과했지만 그 선물은 그녀를 따뜻하게 웃도록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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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답게 매우 느리게 진행됩니다. 두 사람의 심정 변화를 소소하게 표현합니다. 아기자기한 밀당을 보여줍니다. 막 타오르는 불꽃같은 사랑이 아닌, 섬세하고 잔잔한 사랑을 그려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의 마음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 영화를 보고 있을 때는 잘 몰랐지만, 되새겨보니 하나님과 우리의 만남이 대부분 이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들은 불같은 사랑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생동안 불같은 사랑을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어하지요. 나탈리가 전남편 프랑수아와 만났을 때처럼 말이지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기적을 체험하고, 뜨거움을 경험하고 싶어합니다. 이런 저런 체험을 하고 나서 뜨거운 간증을 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물론 어떤 분들은 하나님을 불같이 체험합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해서) 많은 분들은 하나님을 그렇게 체험하지 못합니다. 대신 잔잔하게 다가오시는 하나님과 교제합니다. 내 아픔을 아시고 위로하시는 하나님, 나의 기도를 잠잠히 경청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합니다. 나도 모르게 깊어지는 사랑과 신뢰를 문득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사랑도 괜찮습니다. 물론 불같은 사랑에 대한 로망은 평생 가지고 있겠지만, 그리고 그런 은혜를 베푸실 수도 있겠지만,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나를 잠잠히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분과 동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날, 우리는 이 길 끝에서 우리를 맞아주시는 그분을 만나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될 것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명대사는 마르퀴스가 그녀의 고향집 정원에서 그녀와 술래잡기를 하며 하는 독백입니다. "나는 이 곳을 걸으며 그녀의 슬픔을 밟는다. 그녀의 모든 가슴 속이 내가 숨을 곳이다."


   아, 주님께서도 우리의 모든 슬픔을 밟으시며, 모든 가슴 속에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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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 profile
    송문영 2017.01.26 12:33
    저도 프랑스영화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건 봐야겟네염 ㅎㅎ
  • ?
    장민지 2017.02.22 10:16
    이 영화 뒤늦게 봤는데.... 너무 로맨틱 했습니다 ㅋㅋ
    잔잔하게 다가오시는 하나님과의 교제..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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