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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센병 환자들의 사진을 보신적이 있나요? 코나 눈썹이 없는 얼굴 못지 않게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이 손의 모양입니다. 안쪽으로 구부러져 있기도 하고 손가락이 잘려나가거나 닳아 있기도 하지요. 이런 보기 흉한 모습 때문에 한센병이 예로부터 질병이라기 보다는 하늘의 형벌이라는 인식이 퍼졌던 것 같습니다. (성경에서도 이런 경우를 많이 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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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들의 손가락이 이렇게 뒤틀리거나 닳은 것은 한센병균 때문일까요? 당연한 것 아니냐구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전, 한 젊은 의사가 모두가 당연시하는 이 사실에 의문을 가지고 뛰어듭니다. 그가 바로 폴 브랜드 박사이지요.  


   폴 브랜드는 1914년에 인도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의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와서 전문적인 선교사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다가 하나님께서 자신을 선교사가 아닌 의사로 부르셨다는 것을 깨닫고 의사 수업을 거쳐서 인도에 있는 벨로아 기독의과대학에 가게 되지요. 1946년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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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폴은 딱히 한센병환자를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이 있었고, 자신은 사람들의 손에 관심을 가지고 고치는 정형외과의였을 뿐이었으니까요. (폴은 손이야말로 두뇌 다음으로 하나님께서 정교하게 만드신 최고로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어느날, 폴은 병원장과 함께 한센병센터에 들렀다가 그들의 손, 즉 안으로 굽어 있고 뭉특해져서 짐승의 발과도 같은 손을 보고는 너무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환자와 악수를 하고 나서 그의 감각없는 손에도 건강한 근육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 놀라게 되지요. 사실 그를 가장 놀라게 했던 것은 세계에 1500만명 정도의 한센병 환자들이 있는데 한센병으로 인한 손의 기형을 연구한 정형외과 전문의가 그 때까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제 폴은 그것이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소명이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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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은 먼저 손이 구부러지는 기형은 내재근육의 마비때문이므로, 환자에게 남아 있는 건강한 근육을 이식하면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간단한 외과 수술로 한센병 환자들의 기형을 고칠 수 있다니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게 되었지요. 폴은 수슬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고쳤습니다. 

   그런데, 환자들의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닳아 없어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었지요. 다른 의사들은 그것은 한센병균 때문이므로 치료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폴이 창고 문을 열려고 하는데 자물쇠가 녹이 슬어 있어서 열쇠가 잘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보고 있던 10살 쯤 되는 아이가 와서는 자신이 하겠다면서 열쇠를 돌리지 뭡니까! 그런데, 폴은 그 아이의 손에서 핏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알아챘지요. 손을 펴보니, 뼈가 드러날 정도로 피부와 살점이 떨어져나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한센병으로 인해 손가락의 감각이 마비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힘을 주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없어서 열쇠가 돌아갈 때까지 무작정 힘을 주었고, 통증을 느끼지 못하니까 살점이 떨어져 나간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지요ㅜㅜ


   이 사건이 폴에게 새로운 통찰을 열어줍니다. 병균 때문에 손가락이 짧아지는 것이 아니라, 한센병으로 인해 감각이 없어지니까 손가락에 어느 정도 힘을 주어야 할 지 몰라서 너무 무리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큰 상처는 나지 않더라도 자잘한 손상이 끊임 없이 진행되고, 피부 밑에 손상된 조직이 서서히 쌓이면서 손가락의 지방과 혈관들이 서서히 줄어들게 되어서 손가락이 짧아진다는 것이지요. 통증을 느끼지 못하니까 너무 잘 다치는 경우도 있었구요. (심지어는 자고 있는 동안에 쥐가 손가락을 물어뜯었는데도 모르고 있어서 손가락을 잃은 아이도 있었습니다ㅜㅜ) 그러니까 한센병자라고 해도 손을 잘 관리하기만 한다면 정상적인 손가락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 이제 한센병자들도 정상적인 손발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폴이 손의 기형을 고쳐 주었던 환자가 잔뜩 풀이 죽은 모습으로 병원을 찾아옵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제게 주신 이 손은 쓸모가 없는 손입니다."

  "무슨 말인가? 괜찮아 보이는데!"

  "구걸하는 데는 아무 쓸모가 없는 손이란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나요? 손을 고쳤지만 한센병의 흔적이 있는 그를 아무도 고용하려고 하지 않았고, 이제는 손이 멀쩡하니까 구걸마저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아.. 폴은 회의에 빠집니다. '나는 구걸할 능력도 없는 거지를 만들어 낸 것 뿐이란 말인가?'

   방법은 하나였지요. 환자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런 생각에 공감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새생명센터'를 만들었습니다. 한센병을 연구하고 치료하며 자립까지 돕는 공동체였지요. 폴은 병을 고치는 의사를 넘어서 사람을 치유하는 의사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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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폴이 먼 길에서 돌아와 몹시 피곤한 상태로 양말을 벗다가 문득 끔찍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갑니다. '발꿈치에 감각이 없어!' 깜짝 놀란 폴은 피가 나올 정도로 발꿈치 깊이 핀을 찔렀지만 여전히 감각이 없었지요. 아, 올 것이 왔구나! 한센병은 거의 전염이 되지 않는 병이었지만 예외적으로 면역이 없는 성인도 있었거든요. 폴은 좌절합니다. 이제 가족들과는 지낼 수 없겠구나, 병원은 어떡하지? 몰래 사라지는 것이 좋을까?.. 그러다가 정신이 번쩍 들어서 계획을 작성하고, 다시 자기 연민에 빠지고.. 그렇게 밤새 절망과 싸우며 아침을 맞이하지요. 

   그리고 몸을 다시 점검하기 위해 핀을 다시 꺼내서 발목 아래를 깊이 찔러 넣었다가... 비명을 지르고 맙니다. 너무 아팠거든요! 한센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너무 피곤한 상태에서 오래 기차를 탔기 때문에 감각이 잠깐 마비되었던 것입니다^^


   이 일로 인해 폴은 한센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은 더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배운 것이 있었어요. 핀을 찌를 때 느껴지는 통증이 정말 고마운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지요. 그 뒤 손가락을 베이거나 뜨거운 것에 데일 때 통증을 느끼면 그것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몸이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주님, 고통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아, 고통도 하나님의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평생을 한센병 환자들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연구와 수술, 강연 등으로 바쁘게 지낸 폴 브랜드 박사는 2003년 어느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생을 사모하며 섬겼던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떠났습니다. 그곳에서는 모두가 뒤틀림이나 부족함이 없는, 눈부신 영광의 몸을 가지고 있겠지요.^^ 


   폴 브랜드 박사에 대한 평전이 있는데요, 책 제목이 '하나님의 열 손가락'입니다. (이 글의 제목도 거기서 따 왔어요) 그런 제목을 붙이게 된 일화가 있더군요.

   폴은 어느날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는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다가 문득 찾아온 깊은 좌절감에 빠지게 됩니다. 아직 전 세계 1500만명이나 되는 환자들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었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너무나 많이 있었으며, 자신의 인생은 3분의 2가 벌써 지나갔거든요. 아, 나는 너무 무력한 존재였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좌절하던 폴은 수술용 장갑을 벗고 자신의 손가락을 유심히 바라봅니다. 수술을 한 것은 어느 손가락이었지? 엄지 손가락인가? 검지 손가락인가? 그리고는 갑자기 크게 웃지요. 수술을 한 것은 어느 손가락도 아니었습니다. 수술은 폴이 한 것이지요. 손가락은 단지 폴의 도구일 뿐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신 역시 하나님의 뜻에 따르도록 부름을 받은 것 뿐이었습니다. 폴은 외칩니다. "나는 하나님의 손가락일 뿐이다!"


   사실 세상의 불의와 아픔을 보면 폴 브랜드 박사처럼 좌절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역설적으로 이웃을 사랑하며 선하게 살려고 노력할 수록 그 좌절이 커지게 되지요. 그리고.. 하나님을 원망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 악을 허용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뜻을 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 이해할 수 없어도 신뢰할 수는 있지요. 우리는 선하신 하나님을 신뢰하며 자신 앞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와 구조에 대한 고민에까지 이르러야 하구요.

  

   우리들도 선하신 하나님의 손가락이 되어 그분을 신뢰하며 그분의 도구가 되어야겠습니다. 제발 엄지 손가락이냐 새끼 손가락이냐를 놓고 싸우지 좀 말구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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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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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정원 2016.10.08 06:35
    나는 하나님의 손가락...고통도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그러네요...내게 허락하신 일들을 기쁨으로 잘 감당하며 지낼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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